우리 병원 중환자실에 오는 상당 수의 환자들이 패혈성 쇼크(septic shock)라는 진단명을 가지고 있다. 본원에서는 패혈성 쇼크에 루틴처럼 vitamin protocol을 적용해오고 있는데 과연 septic shock의 병태생리와 비타민 프로토콜을 시행하는 이유를 연결하여 이해하고 있는 신규 간호사가 몇 명이나 될까?
나도 신규때는 septic shock에서 vitamin protocol을 시행했더니 환자 예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다더라~ 그래서 준다더라~라는 식으로만 알고 있었다. 비타민 프로토콜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septic shock의 병태생리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했는데 말이다.
septic shock을 이해하기 전에 우리는 우선 sepsis를 알아야한다. 참 선행되어야 할 지식이 많다. 우리는 바쁘니까 그냥 초록 친구에게 물어보자
패혈증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네이버 지식백과] 패혈증 [Sepsis] (분자·세포생물학백과)
패혈증은 조직이나 기관에 상처가 생겼을 때 감염이 일어나, 이에 대한 면역 반응이 온몸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준으로 강하게 나타내는 증상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패혈증 [sepsis]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미생물에 감염되어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의 증가 또는 감소 등의 전신에 걸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
[네이버 지식백과] 패혈증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상처나 염증 부위에 있던 바이러스, 세균 등이 혈액을 타고 퍼지면서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을 말한다. 패혈증 증세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성물질이 온몸에 퍼져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조금씩 표현법은 다르지만 결국 패혈증이란 신체에서 감염이 발생했고 그 infection source로부터 미생물(세균, 바이러스 등)이 혈액을 타고 전신에 퍼지면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자, 이제부터 septic shock의 병태생리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도록 하겠다.(Let's go)
혈액 속으로 균이 들어왔다고 생각해보자. 이 균은 독소 등을 통해 우리 몸을 공격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그 균을 그대로 내버려 둘까? 그렇지 않다. '면역반응'을 통해서 그 균을 공격하고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분명 생리학에서 면역반응에 대해서 배웠을 것이다. "대식세포... 백혈구(단핵구, 림프구, 호중구, 호염기구, 호산구)의 작용... 림프구 중에는 B림프구, T림프구가 있고... 여러 사이토카인이 활동하고 브라디키닌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모세혈관 투과성을 높이는 그 일련의 과정들...(희미한 기억)"
즉, 혈관 안에서는 균과 우리 몸의 면역 전사들이 싸우며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가 된다.
자, 전쟁이 일어났다. 길거리의 자동차, 건물, 도로, 민간인이 피해받든 말든 그들은 그저 서로를 죽고 죽이며 싸운다. 혈관 안에서도 똑같다. 혈관 내피세포가 망가지든 말든 균과 우리 몸의 면역 전사들은 전쟁에 열중한다.(그만해..)
혈관 내피세포가 망가진다고? 그럼 이 소식을 들은 혈소판이 달려와 찢어진 곳에 땜빵(피떡)을 만든다. 이내 혈액응고의 내인계(intrinsic), 외인계(extrinsic), common pathway까지 발동하며 결국 fibrin이 그물망처럼 찢어진 곳에 붙어 보수공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것도 한두 군 데지? 전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결국에는 혈액응고에 필요한 재료들이 모두 소진되고 출혈성 경향이 커질 것이다. 이게 바로 DIC(파종성 혈액 내 응고장애)이다. septic condition에서 합병증으로 왜 DIC가 언급되는지 우리는 자연스레 이해해버렸다.(WOW)
자 그럼 다시 면역반응으로 돌아와서, 아까 브라디키닌 등에 의해서 혈관의 확장이 일어난다고 했다. 길이 넓어져야 우리의 면역 전사들이 전쟁터까지 지원군과 함께 빨리 도달할 것 아닌가? 브라디키닌은 그 길을 넓힌 것 뿐이다.(브라디키닌: 나는 잘못이 없다./ 그래 너는 너의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이란다)
그런데 전신 염증이기 때문에, 전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문제다. 전신 혈관이 확장되면 결국 혈압의 저하가 일어날 것이다.
BP = CO(cardiac output, 심박출량) X SVR(systemetic vascular resistance, 전신 혈관저항)
전신 혈관이 확장되면 SVR이 감소하며 BP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엔 HR라도 올려서 CO이라도 증가시켜 보상하려고 하겠지만 보상 작용은 보상작용일 뿐, 전신에서 일어나는 혈관 확장 작용을 이기지 못할 확률이 크다.
결국엔 저혈압이 발생한다. sepsis에서 점점 septic shock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균: (꽃길 아니고) 쇼크 길만 걸어😈" vs "우리 몸의 multiple organ: 부들부들..😨"
septic shock의 진단기준은 보통
1. ABGA상에서 lactic acid 2 mmol/L 이상
2. 수액 full drop에 반응하지 않고 MAP 65mmHg 이상 유지하기 위해 승압제가 요구되는 경우
이 두 가지를 and로 만족해야 septic shock이라고 한다.
sepsis가 진행되면 전신 염증 반응에 의해 shock condition으로 BP가 저하된다는 것은 위에서 이미 이해하였는데 lactic acid는 왜 진단기준에 포함된 것일까?
자, 혈압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우리 몸의 주요 장기와 조직세포들에 혈액을 빵빵하게 보내 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마디로 궁핍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긴축재정이 필요하겠다. 중요한 곳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대학생 때 시험기간에나 하던 선택과 집중이 여기서도 발생한다)
brain을 포함한 주요 장기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우선순위가 밀린 다른 organ이나 말초로는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혈액 속엔 결국 산소가 포함되어있다(헤모글로빈과 손잡고 있다). 그러니 결국 산소공급이 제대로 안된다.
산소 공급이 안되면? 호기성 대사가 안된다 -> 혐기성 대사가 증가한다 -> 젖산(lactic acid)이 쌓인다 -> acidosis가 진행한다.(그래서 lactic acid는 조직관류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자, 이제 우리는 왜 lactic acid가 septic shock 진단기준에 포함되어 있는지까지도 이해해버렸다.(so easy)
그럼 이제 왜 septic shock에 비타민 프로토콜을 쓰는지 이해해보자.(놀랍게도 이거 하나 적으려고 여기까지 왔다)
"The Effect of the Vitamin Protocol for Treating Sepsis or Septic Shock in Pediatric Intensive Care Unit"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내가 지금껏 구글링 한 자료 중에 비타민 프로토콜을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를 가장 명확하고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준다. https://www.ekjcp.org/journal/view.html?doi=10.24304/kjcp.2020.30.3.161 링크를 타고 들어가 전문을 읽어보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한번 더 정리해보자면,
1. 아스코르브 산은 부족시 sepsis의 병태생리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항산화작용에, 혈관기능 향상에 면역반응도 조절해준다 -> septic shock에 참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 수 없다.
2. 티아민은 호기성 대사에서 조효소로 작용한다. 부족하면 혐기성 대사 돼서 lactic acid가 상승한다 -> septic shock에 안 그래도 lactic acid 상승해서 문제인데 티아민은 꼭 필요하겠다.
3. 스테로이드(hydrocortisone, 코티솔)는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절해준다. 결과적으로 면역 전사들이 혈관 내에서 세균과 전쟁을 일으켜서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게 아니던가, 그들의 날뜀을 잠재워준다.
신규를 벗어난 시기에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려서 한번 써봤다. 그냥 기억나는 대로 쓴 거라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septic shock 비타민 프로토콜 쓰는 이유를 구글링을 하면 은근히 명확한 이유를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길게 설명해야 하니 누가 쉽게 설명해주려고 하겠는가.(그래서 제가 한번 써봤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공부 중인 신규 간호사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친다.
"이 카테고리에 게재되는 글은 간호사로서 일하며 궁금했던 것, 알게 된 것을 저 나름대로 정리해본 것에 불과합니다. 추측성인 글들이 대부분이며 내용에 대한 신빙성 또한 보장할 수 없으니 참고 바랍니다. 잘못된 점이나 가르쳐주실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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