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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 교육/🐤 간호학생(SN)을 위하여

대학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의 데이(Day) 근무, 간접 체험해보기

by 검은 콩.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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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은 어떤 일을 할까요?

이번 글은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간호학생 선생님들을 위한 글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고 싶어도 학생 때 운이 나쁘면 중환자실로 임상 실습을 가보지 못하기도 하기 때문에 완전히 미지의 세계로 느껴질수도 있을텐데요.

여러분들은 오늘 아래의 글을 읽으며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의 데이 근무를 함께 해볼 겁니다.


데이 근무는 아침 6시까지 출근해야합니다. 병원과 걸어서 15분 거리에서 자취하고 있는 이 글의 주인공인 A 간호사는 아침 5시 15분 정도에 스마트폰 알람 소리를 듣고 깨어납니다. 마하의 속도로 준비를 마치고 부지런히 걸어서 병원에 도착하면 5시 55분 정도입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명찰을 목에 걸고 매직, 삼색 볼펜, 가위 등을 챙깁니다. 일하다보면 다 쓸데가 있습니다.

 

탈의실에서 나와서 중환자실을 돌아다니며 출근 인사를 합니다. 나이트 근무자들이 반가워하네요. 얼른 데이 근무자들에게 인계를 넘기고 집에 가고 싶어하는 표정입니다.

 

6시 30분에 전체 인계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비품 카운트를 합니다. 오늘 카운트해야할 비품은 마약입니다. 마약장에 가서 비품 마약들이 제대로 있는지 종류와 개수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있어야 할 구연산 펜타닐 한 개가 안보입니다. 

 

"구연산 펜타닐 누가 썼어요~~"

크게 외치며 물어보고 쓴 사람을 찾아 처방 받고 채워놓으라고 얘기합니다. 마약 카운트 장부에 싸인을 합니다. 카운트를 끝내고도 6시 30분까지는 꽤 시간이 남습니다. 전체 인계장을 미리 한번 쭉 읽어 내용을 파악해놓습니다. 전체 인계장에 새롭게 타부서 직원에게 고운 말을 사용하고 존중하자는 내용이 추가되어있습니다. 또 누가 타부서 직원이랑 싸웠나봅니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물어봅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듀티 차지 선생님이 환자 배정을 끝내신걸 확인합니다. 오늘 그녀는 3번,  5번, 6번 환자를 볼 예정입니다. 

보통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최대 3명의 환자를 봅니다.(중증도나 병원 등급에 따라 4명 이상 보는 곳도 존재하긴 합니다.)

 

개별 인계를 받기 전에 미리 전산으로 인수인계장을 켜서 훑어보며 환자 파악을 해놓습니다. 한참 환자 파악 중인데 이제 전체 인계를 하겠다고하네요. 메인 스테이션 앞에 서서 나이트번 듀티 차지쌤이 해주는 전체 인계를 듣습니다. 전체 인계가 끝나면 3번, 5번, 6번 환자를 나이트 담당 간호사를 찾아 개별 인계를 듣습니다. 어제 봤던 환자면 금방 인계가 끝나지만 처음 보는 환자이고 중증 환자면 꽤나 인계가 길어질 때도 있습니다. 3명의 인계를 다 들으면 빠르면 20분 정도, 오래 걸리면 1시간은 소요됩니다. 

 

6시 30분부터 개별 인계를 시작했으니 인계가 다 끝나면 7시 30분 정도가 됩니다.

 

7시 30분부터는 인계를 받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오더 체킹을 하며 환자 라운딩을 돕니다. 

A 간호사가 어떤 식으로 오더 체킹을 하고 라운딩을 도는지 같이 볼까요?

 

그녀는 오늘의 오더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며 혹시 잘못된 내용은 없는지 걸러내고 애매한 내용이 있으면 전공의에게 확인해서 내용을 확실히 합니다. 오늘 내가 챙길 lab이 몇 시인지, 몇 시에 약을 줘야하는지 약 prep은 제 시간에 제대로 되어있는지 카트를 열어 꼼꼼히 확인합니다. 카트 안에 환자 물품이 뭐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V/S limit도 미리 확인합니다. 모니터에 알람이 기준대로 잘 맞춰줘 있는지 limit과 알람 소리도 확인합니다.

 

오더 체킹이 끝났으면 환자 라운딩을 돕니다. 환자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사정합니다. 우선 의식을 사정합니다. LOC, GCS, pupil assessment, motor power grade, RASS, ICDSC 등 여러가지 사정 도구를 활용하여 EMR에 기록합니다. vital sign을 체크합니다. 혈압, 맥박, 체온, 호흡수, 시간 당 소변을 기록합니다. 중환자실에선 한 시간에 한번 vital sign을 측정합니다. 이때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이 환자의 limit에서 벗어나는 수치가 있으면 노티합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카테터를 확인합니다. C-line, PICC, PCD, PTGBD, chest tube, E-tube, L-tube, foley, T-cannula, IV 등 환자 상태에 따라 가지고 있는 도관은 천차만별입니다. 카테터는 삽입 날짜와 dressing 날짜를 살펴봅니다. gauze는 하루 또는 이틀, film dressing은 일주일마다 교환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C-line의 gauze dressing이 이틀이 지난 것이면 교환해야하므로 오늘의 할 일을 모두 체크합니다.  이외에도 환자가 사용중인 의료 장비도 확인합니다. HHFT(airvo), ventilator, CRRT, ECMO, TTM 등 다양한 기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ventilator나 HHFT, CRRT, ECMO등의 기계는 EMR에 기록되어 있는 세팅과 실제 기계의 세팅이 일치하는지 무조건 세팅 값을 확인하고 모니터링 값도 라운딩을 돌며 기록해줍니다. HHFT나 ventilator의 cirtcuit도 교환 주기가 있습니다. 만약 일주일마다 circuit을 교환한다면 일주일이 됐는지 아닌지 꼭 확인하여야합니다.  IV는 3일까지 쓸 수 있으므로 3일이 지난 IV route가 교환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런 주기별로 바꿔줘야 하는 것은 나이트 간호사가 챙겨야하지만 나이트가 깜빡하고 챙기지 않았다면 데이 근무자라도 확인해야합니다.

환자에게 주입되고 있는 약물도 확인합니다. 중환자실에선 주로 infusion pump를 사용합니다. 약이 많이 들어가면 한 환자에게 infusion pump가 9~10개 정도 사용될 때도 있습니다. 각각의 약물이 어떤 수액에 얼마 만큼의 용량이 mix되어있으며 몇 ml/hr로 주입되고 있는지, 아니면 mcg/kg/min, mg/kg/hr, mcg/min 등 다양한 용량 주입 기준이 있으니 약물마다 어떤 기준인지 처방을 보고 확실히 확인합니다.

 

만약 7개의 인퓨전이 들어가고 있다면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 카비레미펜타닐 4mg + 0.9% NS 100ml 5ml/hr

* 프레조폴엠시티 2%주 50ml 3ml/hr

* 베카론주 40mg + 0.9% NS 50ml 5ml/hr

* 노르핀 32mg + 5% DW 500ml 10ml/hr

* 바소프레신 60unit + 0.9% NS 100ml 5ml/hr

* 에피네프린 10mg + 0.9%  NS 100ml 5ml/hr

* 5% DW 1L + 탄산수소나트륨 140mEq 40ml/hr

 

시간마다 I/O 기록창에 intake 양도 기록해줘야합니다.

 

아직 라운딩이 안끝났습니다. 인계를 듣고 환자 체위변경을 한번 해주며 특별한 피부 문제가 있는지도 사정합니다. 욕창은 몇 단계인지 어떤 드레싱이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드레싱 교환주기가 되진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vent 환자면 IPC도 채우고 기계 시작버튼을 눌러줍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약물의 수액 세트나 3 way도 교환주기가 있습니다. 제대로 교환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전 근무자가 해놓지 않은 것은 모두 이번 근무자가 해결해야합니다. 교대 근무자의 숙명입니다.

 

8시 정도가 되면 아침 관급식이 올라옵니다. 정확한 용량의 관급식을 주입하는 환자는 feeding pump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투여하기도 합니다.

L-tube를 통해서 feeding pump로 관급식을 줄 때는 아침 PO약도 식전에 투여합니다. 투여 전에는 L-tube의 위치도 확인해야하고 주사기로 regurge한 액체의 색깔이 갈색, 검은색, 붉은 색 등으로 위액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GI bleeding이 의심되면 H2O2 test를 시행해본 뒤 feeding을 진행하지 않고 노티합니다.

관급식이 들어가고 있을 때는 suction을 시행하거나 체위 변경을 하려 머리를 내릴 때 feeding pump를 stop합니다.  가래 뽑으면서 밥 먹고,  일자로 누운채로 밥 먹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죠. suction이나 체위 변경이 끝났다면 feeding pump stop해놓은 것을 다시 restart하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환자들이 배고파집니다.

 

시간마다 vital sign을 측정하고 투약 시간이 되면 투약을 진행합니다. 3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면 3명 모두에게 이와 같은 행위를 반복합니다.(1분 1초가 모자릅니다)

 

전산도 챙겨야할 게 많습니다. 욕창, 낙상, 통증 등 정규 평가해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맞춰서 전산 입력을 해줘야합니다. 투약을 시행했으면 투약 했다는 체크를 해줘야하고 수액에 mix되어서 들어가는 약이면 I/O Intake에 입력도 해줘야합니다. 시행되는 행위 하나하나에 다 간호 기록을 입력해줘야 합니다. 시행되는 처치에는 간호 처방도 넣어줘야합니다. cost를 끊는다고 표현하는데 만약 A-line insertion 하나를 시행해도 A-line 삽관 기록을 하고 dressing 날짜를 입력하고, cost를 끊고, 간호 기록도 넣습니다. ABP 모니터링도 할테니 ABP로 볼지 NIBP로 볼지 확인도 해야합니다. 만약 ABGA를 시행하고 ventilator의 setting을 바꿨다면 ABGA결과와 바뀐 vent settng에 대해 간호기록을 남깁니다. 기록지에 바뀐 vent setting도 기록합니다. 간호 처방도 바뀐 vent의 FiO2를 24시간별로 계산해서 끊어줍니다.

cost를 발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물품을 사용해놓고 cost를 제대로 발행하지 않으면 사용된 물건이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병동이 갑자기 가난해집니다. 병원은 나눔의 집이 되고 의료진은 갑자기 자원봉사자가 됩니다. cost를 잘 끊읍시다.

 

간단한 행위 하나를 해도 acting + charting + cost 발행이 한 세트입니다.

 

체위 변경은 2시간마다 진행합니다. 10시 정도가 되면 한번 더 체위 변경을 실시합니다. 데이 근무 때는 새벽에 진행한 정규 lab 결과를 보고 추가 처방이 많이 납니다. 추가로 처방되는 약이나 lab, 처치 등을 확인하고 시행합니다. 만약 전동이 결정되면 전실 신청을 하고 보호자와 병동에 전화하여 확인하고 요새는 COVID 19 음성 결과지도 챙겨야한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전동을 진행합니다. 

 

밀려드는 추가 처방을 쳐내고나면 12시쯤이 됩니다. 간호사도 점심 밥을 먹어야합니다. 아침도 안먹었기때문입니다. 근데 마침 내 환자가 전동도 가야하고 시술도 가야하고 다른 환자는 투약과 피검사도 해야합니다. 점심은 그냥 일 끝나고 먹기로합니다. 오후 1시가 됩니다. 하지만  절대 침상 안정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욕창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에 체위 변경을 한번 더 해야합니다. 중환자실에 환자가 20명 넘게 있다면 이 20명의 체위변경을 모두 2시간 간격으로 시행해야합니다. 한 환자당 3~4명씩 간호사가 붙어서 체위 변경을 시행합니다. 2시가 가까워지면 환자의 점심 관급식을 챙겨줍니다. 

 

1시 30분부터는 이브닝 근무 간호사들이 출근하기 시작합니다. 반갑게 인사합니다. 드디어 곧 인계를 넘기고 퇴근할 수 있습니다. 2시부터 인계이므로 그 전에 전산이나 했던 업무들을 정리해놓습니다. 인수 인계장도 정리합니다. 2시부터 전체인계가 시작되고 전체인계가 끝나면 3명의 환자에 대한 개별 인계를 진행합니다. 누가 그녀의 인계를 받으러 오나 싶었는데 중환자실에서 가장 무서운 선배 간호사가 다가옵니다. 인계를 넘기며 식은 땀으로인해 등이 자꾸 축축해집니다. PTSD 증세가 나타나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마음을 다잡고 인계를 이어갑니다. 인계를 하며 안해놓은 부분을 발견하면 인계가 끝나고 해놓고 다음 근무자에게 해결해놨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3명의 인계가 끝나면 3시 정도가 됩니다. 일이 모두 끝났다면 3시쯤이 지나서 퇴근합니다. 퇴근 후 아까 밥을 안먹었던 선생님들과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바쁘게 일했으면 더 배가 고픕니다.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과 같이 일하는 날에는 끝나고 밥을 먹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3교대 일을 하면서 뛰어다니면서 일하면 많이 먹어도 살이 마구 찌진 않습니다. 워낙 활동량이 근무중에 많기 때문입니다.

 

데이 근무를 마친 A 간호사는 늦은 점심을 먹고 집에 오니 오후 4시입니다. 내일도 데이 근무이니 새벽 5시쯤 일어나려면 밤 12시엔 자야됩니다. 그럼 앞으로 8시간 정도는 시간이 남습니다. 이 시간에 쉬기도 하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친구를 만나 놀기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데이 근무의 장점은 일이 다 끝나도 여유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데이 근무를 좋아하는 간호사들은 이 장점 때문에 데이를 좋아합니다. 데이 근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보통 힘들어합니다.

 

A 간호사는 데이가 싫습니다. 다음 날이 데이이면 일찍 자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 그녀는 다음 날 데이를 위해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내일 하루도 스테이블하기를...


대학병원 중환자실 데이 근무 간호사의 하루를 알아봤습니다.

신규 간호사 시절엔 내가 어떻게 이 일을 다 할수가 있나 싶지만 일하기 시작한지 1년이 가까워지면 놀랍게도 점점 일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은 정말 적응의 동물입니다.

 

중환자실은 중환자실만의 매력과 보람이 있는 곳입니다.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그 매력을 점점 알아나가며 즐겁고 뿌듯한 마음으로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의 데이(Day) 근무, 간접 체험해보기 포스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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